공동육아에 대해서는 결혼하기 전에도 알고 있었다. 외삼촌이 최초 공동육아 설립할때 20대 중후반 젊은이로써 열심히 참여했었던 것으로 안다. 시절이 시절이었던 만큼, 쉽지 않았다. 난 실제 최초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었던, 당시엔 간판의 흔적만 남아 있던 해송 자리도 가보고 운좋게 그 간판에 있는 전화번호로 근처 이사간 주소를 알아내어 불쑥 방문했던 것도 얼핏 기억난다.



사진을 찾아보니, 메타가 다 깨져서 언제 찍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하난곡 어린이집"으로 이름을 바꿨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이야기의 핵심은 이건 아니니까..
긴 시간이 흐르고, 나도 연애란 걸 해보게 되었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달까. 다시 생각해봐도 멋진 결혼식 올렸고,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함께 살기도 하고 공부한답시고 서울 광주 오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행복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다. 아기도 둘 태어났다.
첫 아이를 키우면서는 모든 게 처음이라 매우 조심스러웠다. 천기저귀도 쓰고.. 물론 난 힘든건 피하자는 주의였지만,, 여하튼 또 이야기가 샌다.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걱정이 시작되었다. 난 영어가르치고, 뭐 지식 가르치고 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어린이집은 절대 피하고 싶었다. 오직 "잘 놀기"만 했으면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본 결과 그 나이에는 잘 노는게 짱이다. 가장 많이 남는다. 결국 지금의 어른들도 가만히 살펴보면 결국 어렸을 때 가졌던 태도의 연장선이라는 소결론이다. 즐겁게 잘 놀았던 사람들은 커서도 즐겁게 잘 논다. 그러나 잘 노는걸 자랑하는 어린이집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의외로 가까운 곳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이집 소개의 맨 첫줄에 "우리는 인지교육을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거다 싶었다. 이당시에는 화곡동 근처에서 살았으므로 까치산역 근처에 있는 개구리 어린이집에 신청서를 넣었고 운좋게 금방 들어갔다. 하지만 집이 일산으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게 되면서 4개월 밖에 다니지 못했다. 그 기간만으로도 배운 것이 많긴 했지만.
이사가면서 당연히 근처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알아봤다. 있다. 그것도 두 곳이나. 내가 사는 곳 근방에 "여럿이함께" 어린이집과 "야호" 어린이집이 있었다. 두 어린이집 거리는 걸어서 10분 거리, 심지어는 친해서 서로 장소를 바꿔 회의를 하기도 했다. 여하튼 그쪽에 대기자 명단에 넣고 이사회 면담을 했고, 역시 다행히도 첫째를 그쪽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들은 모두 공동육아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으며, 일정 정도 마음에 맞는 부모들이 모이면 어린이집을 설립할 수 있다. 당연히 이미 설립되어 있는 어린이집들도 다 그런 식으로 설립된 것으로 안다. 해송 어린이집으로 시작한 공동육아가 지금은 이렇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여럿이함께와 야호는 둘 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라 기본적인 사항은 동일하다. 엄마 아빠 (줄여서 아마)의 이사회가 주축이 되어 일상적 의사결정을 하고, 중요한 사항은 전원이 참석하는 총회에서 의결한다. 학생회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될 듯. 운영위원회 = 이사회, 집행부장 = 부서장.. 명칭, 부서 구분은 어린이집마다 다른 듯. 이들은 공동 출자하여 어린이집 터전을 임대하거나 소유하고 공동육아 커뮤니티에서 규정한 자격을 갖춘 교사들을 모시고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큰 결정부터 자질구레하게는 청소같은 것 까지 모두 아마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어린이집에 비하면 해야 할 일이 많다. 대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 이름은 물론 자질구레한 성향과 부모들 이름, 취향 등까지 모두 알게 된다. 아빠모임은 걸핏하면 번개로 자주 만나서 술이나 맛집 기행을 하고, 엄마모임도 매우 많고 다양하다.
여럿이함께와 야호의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여럿은 반일제, 즉 두시반 정도까지 운영하고, 야호는 저녁까지 운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야호는 맞벌이 부부가 주축이고, 여럿은 외벌이? 부부가 주축이다. 맞벌이 가구도 있긴 한데 그런 경우는 육아를 도와줄 다른 가족들이 있다. 그 밖에도 자질구레하게 다른 점이 있긴 한데, 글이 길어지고 있으니 나중에 또 쓸 일 있으면 그때 쓰자.
사실 난 대학을 떠나면서 직접민주주의 비슷한 경험은 마지막이겠구나 싶었는데, 어린이집을 매개로 이렇게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경험한지 1년도 안되었고, 난 아마들 별명, 아이들 이름도 아직 다 못 외우고 있다. (아마들은 실명을 안쓰고 별명을 쓴다. 아이들은 본명을 쓴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만나게 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혀지겠지.
기본적으로 국가 지원이 있긴 하지만, 아마 공동으로 터전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추가적 비용이 발생한다.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보증금처럼 주는 부분이 있는데, 그 보증금의 상당 부분이 터전 전세값이다. 그밖에 비영리라 지출할 만큼만 받는데, 이때 적자가 나는 경우가 있으면 다시 가구들이 1/n 으로 분담한다. 그래서 같은 조건의 어린이집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하지만, 일단 내내 논다. 놀고 놀고 또 놀고 재밌게 놀고, 겨울이던 비가 오던 틈만 나면 나들이를 가는 통에 아이들 코에 콧물이 끊이지 않고 찰과상도 많다. 하지만 나 또한 무릎과 팔꿈치에 딱지를 달고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던가. 이게 맞다고 본다. 그리고 6-7세반 아이들을 보면 자기 의견을 참 잘 말한다. 공동육아 초기에는 공동육아 출인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선생에게 말대꾸 꼬박꼬박 한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공동육아에 회의적인 쪽 분으로부터 들었다고 하는데, 난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제대로 아이가 컸구나 싶었다. 선생 말 잘 듣는 아이는 두 종류가 있다. 한 종류는 그게 자기 천성에 맞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른 종류, 즉 천성에 맞진 않지만 무언가 천성을 억누르고 말을 잘 듣는 아이의 경우는 문제가 있다. 이건 결국 엉뚱한 식으로 문제가 된다. 좋은 선생은 그러한 천성에 맞게 아이들을 돌보지만 그걸 모르는 선생은 말 잘듣는 아이만 좋아하게 된다. 또 샜네.. 이쪽으로 할 말이 많은가보다.
여하튼,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는 시간이 생기면 그때 좀 더 잘 정리해보도록 하고 한줄요약 해보자.
한줄요약: 공동육아 강추!
추가: 검색하니 여럿이함께 소개 동영상이 있었네;




덧글
실제 아는 분이 도쿄에서 '숲의 유치원'에 자녀분을
맡기시는데 아주 만족하시는 것같았어요. 서울은 다른 선진국처럼 공원이 많지 않아 힘들겠지만 경기도권에서는 이런 공동육아를 하면 좀 더 현실성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스마트폰 동영상 이런거 좋아해도 나가노는 거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전 보내려면 언제 보내야 되련지... 고민중이라서요.
좋은 정보 알고 갑니다 ^^
여럿의 경우는 엄마쪽이 주로 알아보고 이거다 싶어서 아빠들을 설득한 집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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