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과 정치 economics

어제 예정에 없던 수다를, 그것도 내가 잘 모르는 정치에 관한 수다를 떨게 되었다. 그를 통해 흥미로운 생각이 하나 떠올라 적어본다. 

애초의 시작은 삶 얘기였다. 같이 수다를 떨게 된 그 분은 최근 직장을 그만 두었다. 맛집 음식점의 주방장이었으나, 관두었고, 그 덕에 아이들은 신났다. 아빠가 항상 함께 놀아주니까. 자연스럽게 맛집의 경영에 대한 얘기나 처우 관한, 남일인데도 들으니 화가 나는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맛집의 딜레마가 화제에 오르게 되었다. 

추구하는 좋은 맛을 내는 식당 (맛집이라고 부르자) 과 수익이 (굉장히) 많이 나는 식당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굉장히, 좋은 같은 애매하고 편리한 수식어들이 나왔지만.. 계속 얘기하자면, 일단 수익이 굉장히 많이 나려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찾게 만드는 맛이라는 게 항상 재료의 맛을 살리고 가장 맛이 좋은 타이밍에 내오는 훌륭한 음식인 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물론 미식가는 그것을 알아보고 꾸준히 방문하겠지만, 그러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일단 내가 그렇다) 따라서 푸짐하다던지 친절하게 한다던지, 맵거나 짜거나 달게 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손님을 끌게 되거나 아니면 아예 더 나아가 기업화를 해야 현대 사회 기준으로 굉장히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걸 굳이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맛집의 최적 가게 사이즈는 크지 않을 것이며, 기업 수준의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여기까지는 그렇고 그런 삶의 얘기일텐데, 이게 정치평론으로 확장되면서 이 논의를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일반화는 즐거운 일이다. 

정치로 얘기하자면, 정치소모임 수준의 상태에서는 건강한 원칙과 상식적인 합리성을 추구하는 좋은 정치를 추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우나, 규모가 커지고 하다못해 제도권에 진입하기까지 하는 정도가 되면 뜻도 뜻이지만 표가, 지지율이 필요해진다. 그런데 이 표나 지지율을 끌어내는 것은 대중화의 딜레마와 비슷하여 애초에 추구하는 목적이 오히려 부수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도전을 계속해서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열성적이었던 초기 참가자가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환멸을 느끼고 나간다던가, 명망가를 지향형 인간들이 유입되는 등의 패턴은 종종 보아오는 상황이다. 

이 모든 문제는 시장 경제와 논리적으로 유사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시장에서의 평가는 거래가 성사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맛집의 맛에 반한 열성적인 사람이 낸 8000원과 지나가다 별 생각 없이 맛도 잘 모르고 지불한 8000원은 동일한 수입으로 평가된다. 즉, 사용가지 측면에서는 그 정도가 심각하게 다를 수 있지만, 교환가치의 측면에서는 동등하게 평가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취향이 좋은 사람이 항상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버는 기술에 대해서도 능력이 있어야 한다. 반드시 취향이 좋아야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님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시장을 지배하는 취향은 전체 취향의 가중평균인데, 이 가중치는 지불 능력에 기인한다. 분배가 취향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만큼, 시장을 지배하는 주된 취향은 완전히 평균 취향에서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 

다시 비유하자면, 영어를 진짜 잘하더라도 영어"시험" 점수가 안좋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데, 이는 굉장히 잘 알아서 획득하는 1점이 딱 시험에 날 정도로만 알아서 획득하는 1점과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함수로 일반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그널링 (총수입, 점수, 득표수 등)에는 질적인 판단 요소가 직접적으로 개입되지 않는다. 물론 만일 질적인 판단 요소가 직접적으로 개입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그쪽에서는 위와 같은 딜레마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개입하는 정도가 높을 수록 딜레마는 약해질 것이다)

이미 이 가치의 주관성 (사용가치)과 객관성 (교환가치) 사이의 불일치로 비롯되는 문제는 고전 경제학에서 언급되어왔으나, 그것을 이십년이 지난 지금에야 약간이나마 감을 잡은 것 같다. 늦었지만 조금은 앞으로 나아간 듯하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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