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맥북을 사다. mac

고민끝에 알비레오 장터에서 2014mid MBP 상위 모델을 샀다. 팔아주신 초코준님이 서울을 남북으로 가르며 올라와서 커피 한잔 대접해드리고 한시간 반쯤 담소를 나누었다. 내 세 번째 주력 맥이다. 물론 이 사이에 j양의 흰둥이랑 중고로 구매하여 1년 좀 넘게 쓰다가 맛이간 2011MacMini도 있긴 하지만. 3대가 함께 있는 모습을 찍어 보았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시간순이다. 

2년 넘은 모델인데 이양반 무슨 마술을 부린건지 미개봉 신품이라고 주장해도 믿겨질 정도로 깨끗하다. 덕분에 난 새 맥을 산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사용하고 있다. 


4년만에 메이저 업데이트를 한 MBP 출시가 코앞인데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두 가지의 조합이다. (1) 비싸다 (2) 비싼값에 비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영원한 맥 카운셀러인 3류사진관 주인장과 하나하나 따져봤는데, 결국 AOC 감안하고도 440만원+주변장치50여만원=약500만원에 2T CTO를 한 상급 맥북프로를 살 것인가, 아니면 160만원 + 연 10만원에 2014MBP를 살 것인가의 문제였다. 

신형 MBP에서 하나 눈여겨보고 있었던 점은 내 기억이 맞다면 8레인 SSD였다. 현존하는 디스크 벤치 툴들의 눈금패치를 해야 할 정도의 성능. 2014mid가 2레인 약 800MB/s 인데, 이놈은 그의 약 4배다. 

그 뒤로는 모두 조금씩 떨떠름하다. 2014모델도 유선랜이 빠지니 이더넷 젠더를 사서 가지고 다니는데 이것만해도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닌데, usb-c 젠더들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니. 머신 자체의 경량화를 위해 그렇게 큰 노력을 기울였고 일정 성취를 거두었지만 궁극적으로 이동성에서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가지고 다니게 될 기본적인 물품들까지 감안해야 하는 것을 왜 무시한 것일까. 

포터블 머신에서 업그레이드성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있다. 온보드 SSD, 좋다. 돈이 많이 들지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아마 2016 샀으면 150만원 정도 더 들여서라도 2T CTO 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터치바였다. 터치바가 무척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터치바의 문제는 맥북 내장 키보드 사용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나 개인적인 취향 측면에서 맥북 상판의 키보드를 쓰는 것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1) 발열이 손바닥에 느껴짐 (2) 키감이 안좋음 이다. 

난 손이 뜨거운걸 싫어한다. 손이 뜨겁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도 그것 때문에 한겨울에도 철봉을 잡고 있다 데워지면 옮겨잡는데 오랜 타이핑을 하는 상황에서 따뜻한 알루미늄 상판의 온기를 느끼면서 타이핑하는 것은 질색이다. 그런데 터치바가 편리해지면 난 그것 때문에라도 상판을 써야 한다. 

그리고 키보드가 안좋다. 포터블에 키보드야 어쩔 수 없지만, 난 키보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스톨만 옹처럼 굳이 해피해킹과 마우스를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면서 카페에서 회의를 할 때에도 상판 위에 해피해킹 올려두고 마우스 연결해서 쓴다. 요런 식으로.. 이러고서는 터치바 못쓴다. 


사실 터치바가 어떤 느낌인지는 무척 궁금했다. 엔트리 타입 13" MBP에 기술적 제약에 의한 것이 아닌 고의적인 다운그레이드를 하는 정책을 쓰지 말고 단순히 15" 동일 성능급에 터치바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누고 50만원쯤 차이 나게 했으면 어땠을까. 주판은 굴려봤겠지. 

이런 이유로 내 취향과 새 노트북을 종합적으로 비교검토한 뒤, 결정을 내렸다. 시에라에서 무척 마음에 드는 부분은 iCloud에 잘 안부르는 파일을 클라우드에 올려두고 로컬은 비워두는 것이다. 이거 꽤 괜찮다. 500G SSD인데 느낌으로는 750G 정도 쓰는 것 같은 느낌. 결국 백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도큐먼트, 데스크탑 폴더, 사진, 음악 정도인데, iCloud는 이제 이 모든 것을 백업한다.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클라우드 타임머신이겠지? 

불안한 것은 현재의 애플 행보가 조금씩 마음에 안들어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존의 머신들보다 더 좋은데 OS까지 훌륭하다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싱가폴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잘 해놓을테니까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살라는 느낌. GDP 높은 독재국가 같은 느낌이다. 내 생각에 내 취향은 좀 유별난 편인 주제에 확고한 편인 듯한데, 이런 사람은 죽어난다.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그 취향을 성취할 수 있다면 하겠지만, 그런 옵션 자체가 최소한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사라져가고 있다. 

그래도 OSX는 아직 괜찮다. 하지만 여기도 언제까지나 괜찮을까? iOS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둘이 수렴할까? 모르겠다. 아직 OSX는 현재 내가 알고 있는 OS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지만, 미래에도 그런 느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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